우선 남들 앞에 나서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제 이야기를 남들과 쉐어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저라서 이런 자리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고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교회를 다녔습니다. 용돈을 받기 위해 새벽기도도 나가곤 했고 매일 성경을 세장씩 쓰기도 했습니다. 오랜기간 교회 생활은 하였지만, 저에게 하나님은 부모님이 믿는 분, 나랑은 상관없는 분, 그 정도였습니다. 오랜 생활 교회하러 다니던 습관 때문에 미국에 오고 나서도 일요일엔 교회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하는 저는 예배 시간에 말씀이 들어오지 않았고 교우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게 즐겁지 않았습니다. 사람과의 교제가 없으니 당연히 교회 가기 꺼려졌고 가끔 가던 교회도 예배만 드리고 바로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일이 바쁘다는 핑계, 주말엔 좀 쉬고 싶다는 핑계로 저는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매주 교회 잘 갔다 왔냐는 어머니의 전화에도 처음엔 거짓말하기가 어려웠지만, 나중에 너무나도 쉽게 거짓말이 나오면서 나중에는 거짓말을 해도 별다른 죄책감이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렇게 교회 안 나가다가 하나님이 벌주시는 거 아니야? 라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지만 한순간이었고 일요일엔 여행 다니고 놀러 나가는 게 더 즐거웠습니다. 저의 마음속엔 그런 생각들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보며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고 기도도 열심히 하시는데 그런 신앙심이 좋은 분들께 왜 힘든 일은 생기는 걸까? 돈도 많이 벌고 항상 좋은 일만 있어야지?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안 좋은 일들도 생기고 그러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도하라는 어머니의 조언이 잘 이해 가지 않았고 나중에는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었습니다. 기도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현실적인 조언이 나는 필요한 건데 라며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교회와 멀어졌습니다.
그러다 저는 휴스턴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처음 한 달 정도는 목장과 교회를 같이 가자는 남자 친구의 말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목장을 가서 열두 시 넘게 끝난다는 소리를 듣고 남들이랑 뭐 저렇게 할 말이 많은 걸까 불금인데 나랑 데이트 안 하고 목장 가서 시간 보내는 남자 친구한테 싫은 소리도 하곤 했습니다. 가정교회라는 말이 익숙지 않은 저는 이상한 교회가 아닌지 어머니한테 조언을 얻기도 했습니다. 남자 친구의 설득 끝에 저는, 그래 한번 나가보고 이상하면 다음엔 안 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처음 나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목장에 나가서 한 명씩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그 한 주 동안 감사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한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이 여러 사람 앞에서 나의 사생활이 공개된다는 게 너무나 부담되고 불편했고, ‘나는 내가 기도할 생각도 안 하는데 남을 위해 기도를 왜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휴스턴으로 이사 와서 쉽게 취직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어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저는 취직이라는 저의 기도 제목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에만 해도 모르는 사이였던 목장 식구들은 제 기도 제목을 놓고 자기 기도 제목인 양 열심히 기도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하던 곳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취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주 목장에 갔는데 목장 식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신앙적인 조언과 위로를 해주시는 목자, 목녀님의 마음에 감동하였고 그러는 중 제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떠신 분이길래 다들 저렇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걸까? 멀게만 느껴 졌던 분, 나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목녀님의 권유로 영접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영접 모임을 시작하시면서 목사님께서 저에게 질문하셨습니다. 민지 자매는 천국에 갈 것 같아요? 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저는 약간 머뭇거렸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짧은 시간에 교차하였는데 “그래도 교회는 다녀본 적이 있으니 지옥은 아닐 것 같은데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답을 하는 저의 마음엔 천국의 확신이 없었습니다. 교회와 멀어지고 나서는 천국, 지옥, 기도, 성경 이런 것들은 아예 제 마음속에서 벗어나 있는 주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시작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접 모임이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하나님을 떠나서 살아온 죄인이고 조금만 나의 마음의 문을 연다면 하나님께선 들어오시려 하신다. 하나님의 자녀는 천국을 갈 수 있다.” 라는 목사님의 말씀에 마음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영접을 하게 되었고 침례도 받게 되었습니다.
침례를 받고 난 후 저는 이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예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처음으로 성경을 읽기 시작하였고 예배 시간 목사님 말씀에 집중하게 되었고 저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기도하라는 말이 제일 싫었던 제가 오늘 하루 잘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 가족을 위해 또 목장 식구들, 남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 친구가 일이 있어 목장에 참석을 못 하는 일이 생겨도 예배가 좋고 목장 식구들과 쉐어하고 싶어서 혼자서라도 나가려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목장 가는 시간, 주일 예배 드리러 가는 시간이 기다려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아무런 대가 없이 천국에 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직은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이지만 점점 커지기를 소망하고 예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의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저를 항상 사랑해주시고 붙잡아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좋은 교회로 인도해준 남자 친구와 나를 위해 항상 기도해주시고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목자, 목녀님과 목장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말랑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