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삶 간증: 삶공부를 통해 생긴 부부의 소망

By September 3, 2018e참빛

저희 부부는 가정교회를 하는 울산의 다운공동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2017년 8월부터 이번 달까지 남편의 연구년으로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는 가족입니다. 이곳에서 생명의 삶을 들은 뒤 다음 삶 공부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에 부부의 삶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저희 교회에는 아직 부부의 삶이 없으니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우리끼리 싸운 뒤 해결이 안 되어 목장 모임에서 오픈하여 도움받고 수습을 했던 것도 생각이 나면서, 앞으로 목자 목녀의 길을 가게 될 수 있는데 이 곳에서 우리 부부 사이를 말씀 앞에서 점검받아보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어 수강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13주 동안 진행된 부부의 삶은 마치 또 하나의 특화된 목장 모임과 같았습니다. 부부 관계에 기틀이 되는 하나님과 관계를 위해 매일 큐티와 기도가 숙제로 주어지고 수업시간에 만나면 매주 감사한 내용 및 큐티 묵상을 나누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매주 주제와 관련된 말씀과 질문들에 대한 각자 부부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배워가고 점검하는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부부의 삶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숙제 중 하나는 카우치 타임이라고 있는데 일주일에 5번, 30분씩 카우치에게 앉아서 다른 모든 이야기를 배제하고 오롯이 두 사람의 이야기만 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우리 부부가 주로 하는 아이들 이야기마저도 하면 안 되는 이 숙제가 있음을 보고 남편은 당황해했지만 저는 마음속으로 참 기뻤습니다. 늘 결혼 뒤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귀결되어 버리는 듯한 아쉬움과 갈증이 있었던 터라 이 카우치 타임을 통해 나의 갈증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카우치 타임에 대한 인식 차이는 결국 첫날부터 투덕거리며 우리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저는 혼자 울면서 이야기하고 남편은 듣고 있는 카우치 타임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첫 카우치 타임을 마치고 나니 뭔가 남편에게 불만이 생기면 부풀어 오르는 불만 주머니에 바람을 빼내어 버린 듯한 편안함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일 년에 한두 번 이 불만 주머니가 꽉 차오를 때 어떠한 일이 계기가 되어 빵하고 터져 싸우고 맘이 상하게 되는데 그 에너지를 미리 맘 상하지 않고 빼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남편과 살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들과 좋았던 것들을 적절히 조합한 저의 이야기를 남편이 주로 들어주며 그야말로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좋은 시기도 몇 주…. 용서의 훈련이라는 과를 배우며 제 안에 이미 그때 일은 용서했다고 생각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용서하지 못한 제 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것이 걸림돌이 되어 남편의 필요를 보지 못하고 외면하고 사는 제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불편한 마음은 그때 그 정도 한 것도 충분한 것 아니냐는 마음속 항변이 되어 결국 카우치 타임 때 불평으로 튀어 나와버렸고 몇 주간 꾸준히 저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실천하였던 남편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누군가의 표현처럼 부부의 삶을 하는 동안 부부의 싸움을 평상시보다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별일도 없는데 매일같이 30분씩 붙어 앉아 오롯이 서로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소소하게 투닥거리는 시간을 반복하면서 결국 우리가 싸움에 이르는 패턴을 벗어나는 지혜를 배웠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듣는데 얼마나 느리고 무딘지,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자기 멋대로 화내는 데에는 어찌나 빠른지 보게 하셨습니다.

삶 공부 기간 동안 참 좋았던 것은 이렇게 투닥거리다 삶 공부로 만나면 

매주 주제에 맞추어 관련된 말씀들을 묵상하며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법을 부부가 같이 동의하며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부부임에도 이기적인지라 혼자만 그런 말씀 배웠으면 억울하다고 나만 이렇게 해야 하냐며 항변하며 흘려버렸을 말씀들을 부부가 같이 배우니 서로 부족한 존재임을 보며 이제 같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알고 있는 말씀인데도 불특정 다수에게 두루뭉술하게 적용하여 대충 주님 뜻대로 살고 있는 착각이 들었던 말씀들을 정확하게 내 배우자를 가리키며 “너 이렇게 하고 있니?”라고 물으시는데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었기에 결국 그 말씀 앞에 무릎을 꿇게 되는 저와 남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정확하게 지칭하며 아내 된 이들에게 향하는 “주님께 순종하는 것 같이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말씀마저도 페미니즘적이 생각이 강하였던 저는 사도 바울이 결혼을 안 해 보셔서 저런 말씀을 하신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고“남편이 주님 뜻과 다른 쪽으로 가는 것처럼 보일 때는 어쩌란 말인가? ”라는 질문을 하며 성경의 가르침을 스~을쩍 비껴가려고도 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게 부부의 삶을 하면서 주님께 하듯 하라고 말씀이 제 수준에서 이해가 되는 일은 정말 감사하였고 우리 부부관계를 견고하게 해주는 말씀이 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예수님을 영접하였고 여러 가지 경험들을 통해 제 삶에 원치 않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결국 ‘하나님께서 선한 길로 이끄신다.’ 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제 남편이 간혹 실수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우리 가정을 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는 믿음과 신뢰를 버리지 않는 것, 남편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나와 아이들의 유익과 행복을 정말 원한다는 믿음과 신뢰를 지키며 그때를 기다리는 것. 이것이 제 수준에서 “주님께 순종하는 것 같이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말씀을 삶에서 적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돌아보니 부부의 삶을 하는 동안 둘이서 작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합니다. 좋다가 힘들다가 또다시 애틋해지는 짧은 기간을 돌아보니 가장 좋았던 시기는 남편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삶에서 실천해 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시기는 뭔가 갈등이 있는데 그 갈등의 뿌리 깊은 나의 원인이 보이질 않고 상대방이 부족함만 보였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가장 애틋했던 시기는 내가 나의 부족함을 보게 되었는데 그 부족함은 이미 남편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 허물을 덮어주는 순간들이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보통 결혼 10년 차에서 15년 차에 권태기를 경험한다고 하는데…. 그런 권태기가 오기 전에 우리의 애정을 지켜가는 지혜를 부부의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음이 참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부부의 삶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암송해야 하는 구절이 6구절 있는데 이 구절들을 외우기도 하였고 이를 삶 공부 동안 계속 묵상하며 적용하는 훈련을 해서인지 적절한 시기에 생각이 나서 우리 삶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 주고 있음도 참 감사합니다. 부부의 삶을 마치고 나니 부부 생활의 새로운 소망이 생깁니다.

늘 불편하다고만 느꼈던 상대방의 모난 부분과 나의 모난 부분이 서로를 다듬어 주는 다듬잇돌이 되어서 살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상 그 누구도 공유할 수 없고 대신할 수 없는 귀한 시절을 함께 한 반려자로서 남게 되리라는 소망…. 이 귀한 소망을 주님과 함께 그리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저의 남편과 함께 걸어가고자 합니다.

마그레브/송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