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부모의 삶 간증: 쥬빌레 목장 김미영

By September 3, 2018e참빛

유치부 부모의 삶을 졸업하고 이 자리에서 간증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이 지나 다시 청소년 부모의 삶을 졸업하며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제 7학년인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 때랑은 달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어 미리 대비해야겠다는 마음에 삶공부를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만 제대로 태어나게 해주세요’했던 아이였는데 아이가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제 욕심도 같이 키웠습니다. 공부도 잘하면 좋겠고 운동도 잘하면 좋겠고 하나님도 누구보다 잘 믿었으면 좋겠고 성격도 쿨하고 예의 바르며 외모도 멋지게 커가기를 계속 욕심을 부렸습니다. 40년을 살아도 매일 실수투성이에 하나님 앞에 크고 작은 죄들로 회개를 하는 제가 고작 13살한테 참 바라는 게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엄마로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으며 하루에도 수없이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만 아이는 어쩌면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저도 모르게 아이 앞에서 한숨 쉬고 야단치고 잔소리하고 질책했던 것도 저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한 건 아이도 마찬가지였을 테지요. 저의 감정만 중요하고 아이 감정은 헤아리지 못한 적이 많았고 제 감정대로 아이를 대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같은 실수를 해도 제가 기분 좋은 날에는 그냥 넘어가고 별일 아닌데도 제가 기분이 좋지 않거나 피곤하면 아이한테 함부로 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운동을 좋아해서 많이 다치는 편입니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아서 감사하기는 하지만 저희 집에는 발가락부터 손가락까지 온몸에 보호대가 종류별로 있습니다. 학교 농구팀에 소속되어 있어 결승전을 앞둔 어느 날 농구 연습을 하다가 아이가 손가락을 다쳤다며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데리고 왔습니다. 집 근처 Urgent Care를 갔고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손가락 중간 마디가 부러진 거 같다며 어쩌면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다음날 전문의를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순간 너무 속상했습니다. 사실 결승전을 앞두고 누구보다 우승하고 싶었을텐데, 그래서 더 속상한 건 저보다는 아이일 텐데 그 마음을 위로해 주지 못하고 조심 좀 하지 왜 너만 맨날 다치냐며 언쟁을 하다가 아이 머리를 세게 쥐어박았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고 아이한테 너무 미안했지만, 엄마한테 함부로 말한 아이가 미워서 사과도 안 했습니다. 다음 날 사과는 했지만 이번 삶공부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그때 일이 생각이 났고 아이한테 다시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아니라고 자기가 말을 너무 밉게 했다고 오히려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합니다. 아마도 손가락 다친것보다 엄마 때문에 더 속상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제 마음속에 평생 상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세상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우리 아이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고 세상에 너무 험한 일이 많다 보니 혹시라도 친구 좋아하고 운동 좋아하는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질까 걱정이 돼서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아이를 놓고 기도하기를 “하나님 사랑이 많은 아이로 자라서 나중에도 그 사랑이 주변 사람한테 흘러넘치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 때문인지 7학년인데 벌써 여자친구가 6번째입니다. 솔직히 아이가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근데 여자친구가 바뀔 때마다 상대방 부모랑 인사도 해야 하고 어떤 아이인지도 살펴봐야 하고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물론 따로 둘이 만나고 하는 건 아니지만, 문자 하는걸 보면 내 아들이 맞나 싶게 가관입니다. 이 문제로 아이와 많이 다투었고 아이는 그냥 친구일 뿐이라며 오히려 걱정하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아빠한테 상담했습니다. “아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 여자 친구가 있다”라고 누굴 닮았나 모른다며 속상하다고 했더니 아빠가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가 첫 아이랑 똑같은 나이에 남자친구 만나러 간다고 해서 아빠가 밖에서 자물쇠로 문 잠근 거 기억 안 나냐고 하셨습니다. 그 때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에 비추어서 생각해보니 그냥 친구일 뿐이라는 아이의 말이 이해가 되었고 사춘기 아이들이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는 삶공부 강의를 들은 후 이제는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여자친구의 첫 번째 조건은 크리스천이어야 한다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아이 나이에 어땠는지 생각해보니 과거의 저랑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더 이해가 가고 그 나이가 얼마나 좋은 나이인지 아이에게 종종 말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공부보다는 운동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기에 운동 쪽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후원하며 키우고 있습니다. 운동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그래서 학교 공부 따라가기 버거운 우리 아이를 삶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배웠습니다. 돈 관리, 시간 관리, 인간관계 관리, 책임감, 성적 관리, 그리고 신앙에 대해서 아이와 얘기를 하고 같이 계획을 짜고 그동안의 가족 규칙들을 수정했습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아이를 더는 애가 아닌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바로 서 나갈 수 있도록 후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 자율권을 주되 부모의 권위 안에서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것도 잘 적용해서 아이와 같이 세운 계획들을 실천해 갈 생각입니다.

삶공부를 하면서 아이와 성적인 것과 마약, 알코올 등의 문제도 함께 이야기하며 엄마가 걱정하는 부분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아이는 “엄마, 나는 하나님 믿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걱정 안 해도 돼”라고 얘기해 주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저희 아이는 핸드폰 비밀번호를 저에게 알려 주기 때문에 제가 가끔 체크를 합니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렇게 하기로 아이와 동의한 사항입니다. 어느 날 아이 친구들과 한 문자를 봤는데 그중 한 아이가 제 아이에게 다 같은 나이인데 왜 아이들이 너를 ‘Respect’하는지 이유를 물었더라구요. 아이는 고맙다고 하면서 자기가 크리스천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제 눈에는 아직 아이 같고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 보였지만 아이도 나름대로 이 세상에 적응해가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했습니다. 삶공부에서 아이를 바라볼 때 나의 욕심인지 하나님 기준의 욕심인지를 살펴보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의 욕심을 뺀 하나님 보시기에는 너무 이쁜 아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참 축복받은 아이입니다. 제가 처음 교회를 나가고 하나님을 믿게 된 후 처음으로 내놓은 기도 제목이 임신이었고, 그 기도 응답으로 받은 아이입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과 함께 있었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하나님과 함께 살아갈 축복받은 이 아이를 제 욕심 때문에 상처 주거나 다치지 않도록 삻공부에서 배운 대로 잘 키워보고 싶습니다

삶공부 교재에 지하실 사람들과 발코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른 사람한테 나쁜 영향만 주는 사람이 지하실 사람들이고 하나님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발코니 사람들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저는 수없이 많은 발코니 사람들을 봅니다. 저희 아이도 멋진 발코니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삶공부에서 아이를 잘 키우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기도라고 배웠습니다.

이제 겨우 13년째 살고 있는 아이한테 세상은 앞으로도 참 많은 걸 알려 줄 겁니다. 그때마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고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사랑하고 기도해 주려고 합니다.

멀리 미국에 와서 살면서 항상 든든한 건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우리 가족을 위해 새벽기도를 하고 계시는 시어머님이 계셔서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어머님께 기도 부탁을 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런 엄마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저의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죄송한 생각이 들어 더 자주 연락 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쥬빌레/김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