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믿음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고3이 되자 어머니께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 믿음을 권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결혼해서 갈등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셨다며 결혼을 하면 시댁의 종교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댁 또한 종교가 없는 집안이었고 시아버지께서는 종교는 나약한 사람들이나 믿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이셨습니다. 신 자체를 믿지 않으시고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하다 생각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의료연수를 온 남편을 따라 휴스턴에 도착한지 일주일 만에 남편의 후배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교회 모임이라는 것이 탐탁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짧게나마 미국으로 온 큰 이유는 아이들의 영어교육 때문인데 한인교회에 가면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지 못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낮선 타국에서 혼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없었고 목장이 가장 힘이 되는 곳이었기에 함께 참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또 교회에 가자는 말에 가정에서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나가기로 했습니다.
목장에서 우리 생활을 다른 가족들과 나눈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남편과 둘이 집에서 나누었다면 언성이 높아졌을 이야기들을 사람들 앞에서는 웃으며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목장모임에서 먼저 영접하신 분들이 ‘생명의 삶’ 수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남편의 실험실 일이 바빠지면서 한국과 비슷한 생활패턴이 되어갔기에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남편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함께 시간을 가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같이 생명의 삶을 듣기로 하였습니다.
신앙이라는 것이 신을 믿고 그 말씀만을 따르는 것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 수업에서 목사님께서 신앙의 핵심은 하나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라고 하셨습니다.
평소에 제가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목장과 교회에 나가고 생명의 삶 수업을 듣고자 했던 이유였습니다. 남편과의 관계를 개선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부부사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의견이 안 맞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서로 고집을 부리다 결국 그 주제는 꺼내지 않는 것으로 끝나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화는 몇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지, 고지서 요금을 냈는지 등 서로의 정보를 나누는 정도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들을수록 서로의 대화가 편해졌습니다. 말이 많아진 것은 아닌데 남편의 태도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잘 키운다는 것이 아이들이 저의 말을 잘 따르고 제가 의도한 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했습니다. 제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그치는 일이 많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생명의 삶 시험이 있어 성경 구절을 암송해야 했을 때, 책상앞에 앉으면 딴생각이 앞서는 저인지라 자리에 앉는 것은 포기하고 성경암송구절을 녹음하고 성경목록가도 다운받아 집안일을 할 때나 운전할 때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따라 성경을 암송하고 잘 암기했는지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노래는 저보다 빨리 외웠습니다. 하나님이 자녀인 저희들에게 하시는 것처럼 제가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해도 계속 용서하시고 또 기회를 주시고 스스로 의롭게 행동하셔서 우리가 그대로 본받게 하심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앞에서 버럭하는 일들이 조금씩 줄어가고 있습니다.
남편이 가정을 위해 내 말을 잘 들어 주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에게 순종하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남편의 의견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많은 일이 남편의 뜻대로 결정 됬었지만 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정했던 때보다 흔쾌히 동조하니 괜한 트러블도 없고 대화가 수월해 졌습니다.
잘 몰랐기에 두려워했던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예수님의 가르침이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많이 담고 있었기에 말씀대로 살아보겠다는 마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즈음 수업중에 ‘내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면 예수님께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신다’는 목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예수영접을 갈등하던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종교가 없는 저였지만 밤마다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을 되뇌이고 잠드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대상이 하나님이 되었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또 나의 유익만을 생각했던 기도 내용들이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찬양, 감사, 회개, 남을 위한 기도, 나를 위한 기도로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제 입으로 예수님을 믿는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부모님께도 그냥 교회에 나가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고 영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수 영접을 한 다음주 저희는 2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차안에서 부부가 성경구절을 암송하자 큰 아이가 하나님을 믿느냐고 질문 하였는데 대뜸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침례를 받는다하니 아이가 또 침례의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이번엔 예수님을 믿기로 했다는 것을 사람들앞에서 보이는 것이라 말해주었습니다. 사람들앞에서 소리내어 고백하고 물 속에 잠기는 의식을 치루고나니 여러분들이 제가 영접했음을 축하해 주시고 아이는 더 이상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식사시간에 소리내어 기도를 합니다.
제 마음 대로 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자유인줄만 알았는데 ‘자기가 뜻한대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것을 안 할 수 있는 능력이 자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지가 약한 저는 생명의 삶 수업이 끝나자 다시 성경도 잘 안읽게 되고 나태해 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엔 목자님께서 ‘확신의 삶’을 권해주셨습니다. 이번 삶 공부를 마치면 저희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남편과 귀국하면 가족이 함께 다닐 교회를 찾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다시 목장 모임을 할 수 있다면 좋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메께오 / 안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