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6년 10월의 마지막 날, 한 번 여행한 적도 없는 미국을, 일할 직장이 정해졌다는 자신감 하나로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가족과 함께 이곳 휴스턴에 도착했으며, 이곳에서 Machinist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8년 9월 목자가 된 후로 아직 분가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지만, 우리 목장의 특성상 한국에서 1~2년 연수 오신 목원들을 한국으로 선교사로 파송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는 행복한 목자입니다. 이런 기쁨을 간증을 통하여 여러 성도님 들과 몇 가지 나누려고 합니다.
2008년 9월 14일 허리케인 아이크로 인해 전기가 끊겨 컴컴한 상태에서 촛불에 의지한 채 육성으로 은혜로운 예배를 드렸던 날을 기억하시는지요. 13일 새벽에 허리케인 아이크가 휴스턴에 상륙해서 휴스턴의 많은 지역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전날 12일에 분가 후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목장 하는 날 이였습니다. 그 날 허리케인 아이크가 갈베스톤을 지나 새벽쯤에 휴스턴에 상륙하니 일부 지역에 사는 주민은 대피하라는 방송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그 당시 살고 있던 지역은 대피지역이 아니어서 일단은 안심했지만, 주위상황은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비바람이 점점 세어지고 나무들은 쓰러질 듯이 바람에 휘어지고, 목장식구들은 전화해서 목장을 해야 하는지, 안전을 위해 각자 자기 집에 머물며 방송에 따라야 하는지 결정을 못 하고 있을 때, 그래도 분가 후 처음 목장인데 하나님이 지켜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목장모임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한 가족도 빠짐없이 와서 은혜로운 첫 목장 예배를 드릴 수가 있어 감사했습니다. 다음 날, 휴스턴의 많은 지역주민이 전기와 물이 끊겨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하나님께서 초보 목자를 보호하셔서 제가 사는 아파트는 전기와 물을 지켜주어, 각자 집에 있는 음식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섬기며, 빨래도 하며 이틀 연속 목장식구들과 같이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첫 목장예배를 비바람을 동원하여 축하해주시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같이 지내면서 가장 빨리 한 식구로 가까워지는 길을 계획해 놓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식구 중 한 가정은 이곳에서 예수님 영접하고 한국으로 귀국해서 제자의 삶을 잘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왔던 한 자매는, 우리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본인은 안티크리스찬이라고 소개를 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들이 목장에 오는 것을 좋아해서 목장에 열심히 참석하더니, 예수님 영접하고, 침례 받고, 우리가 지치고 힘들 때 우리의 동역자가 되어 오랫동안 목장식구로 같이 지내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커피 사역으로 섬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참 기뻤고, 4년 동안 휴스턴에서 지내면서 자기가 가장 잘한 일은 예수님 영접하고 교회에 나간 일이라는 고백은 힘들고 지칠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는 위로의 말씀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매번 목장에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가슴이 아픈 일이 있었는데 분가할 때 우리에게 믿음의 동역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가정과 함께 분가했는데, 처음 2~3년은 모든 것이 부족한 우리 가정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며 동역자로서 든든했던 그 가정이 관계에서 오는 오해로 지금은 목장과 교회를 떠나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만 언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지금도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7개월 동안 목장에는 열심히 나오지만, 교회는 나오지 않았던 일 년 예정으로 연수 오신 의사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자매가 예배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교회에 오기로 한 날 비가 많이 와서 형제가 라이드를 해 주었는데 제가 밖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 예의가 바르신 형제가 그냥 가지 못하고 같이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매월 첫 주라 예수 영접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예배 끝에 우리 부부가 헌신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역시 예의가 바르신 형제님은 순종하시더군요. 그 날 등록, 영접모임, 침례 모두 체크하고 그 날 영접모임에 참석하여 영접하였습니다. 생명의 삶 공부도 바로 등록해서 졸업 후 자매가 구원 간증을 하게 되었는데 그 전날 친정어머니께서 휴스턴에 방문하셨습니다. 시차 때문에 피곤하지만, 예배에 참석하여 딸의 구원 간증을 듣는 내내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께서는 성심성의껏 섬겨주시는 박 치우 집사님과 목장식구들의 섬김에 감동하여 영접 헌신을 하게 되고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지금은 귀국해서 열심히 교회에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얼마나 감사한지요.
부끄럽지만 목장사역에서 저는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의 모든 사역은 목녀가 다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연수 오신 가정 또는 혼자만 오셔서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몇 년을 우리 집에서 목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 감사하게도 목녀가 정말 피곤하고 힘들 때 어떻게 알고 목장식구들이 밖에서 식사초대를 해주십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작지만, 주택으로 이사해서 마음 놓고 아이들이 떠들고 놀아도 상관없지만, 일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살던 조그마한 타운홈에서 목장을 했었는데 나눔 시간이 힘들 정도로 옆집에서 심하게 컴플레인을 해서 우리가 목장 마지막 시간에 통성으로 기도하기를 옆집에 한국사람이 이사 오게 해주시고 기왕이면 서울교회 다니거나 VIP가 이사 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정말로 한 달 후 옆집이 직장관계로 우드랜드로 이사 가게 되고, 서울교회 다닐 예정인 VIP 가정이 이사 오셔서 목장 하는 날은 옆집이 목장에 가거나, 같이 목장을 하면 서로 떠들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고 마음 놓고 목장에 집중할 수 있는 세밀한 은혜를 주셨습니다.
저는 나의 목자님이셨던 집사님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목자님은 항상 목장 식구들의 필요를 채워주려고 노력하시고, 목원 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며, 궁극적으로 예수님의 제자를 만드는 것에 삶의 우선순위를 두셨습니다.
목자 안수를 받은 오늘, 분가할 때 목자님께서 저에게 하신 권면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증인의 삶을 살아야 하며, 증인의 삶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VIP에게 우리의 섬김이 집을 지을 때 쌓는 처음 벽돌일 수도 있고, 마지막 벽돌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으로 섬기되 내 손에 만져지는 열매가 없다고 해서 결과에 실망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금방 번아웃 되어 지치고 만다. 목자, 목녀의 삶은 은퇴가 없고 주님 오실 그 날까지 지속해서 해야 하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가정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주신 말씀을 나누며 마칠까 합니다. 이사야서 43장 1-2 말씀. 그러나 이제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속량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 네가 물 가운데로 건너갈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하고, 네가 강을 건널 때에도 물이 너를 침몰시키지 못할 것이다. 네가 불 속을 걸어가도 그을리지 않을 것이며 불꽃이 너를 태우지 못할 것이다.
하늘 복 많이 받으세요.
메께오 / 이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