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장기 자랑이 아니다”.

By July 12, 2016e참빛

할빈 학원의 김종진, 영어이름 JJ Kim, 스페니쉬로 호따호따 킴입니다. 목자로서 목장 식구들에게 선교에 대해 알리고 권면을 하려면 내가 먼저 선교가 어떤 것인지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에 페루 리마로 단기 선교를 다녀 왔습니다. 선교라는 단어가 짝대기 하나만 바꾸면 순교가 되듯 저에게는 좀 무겁고 부담스러운 용어였습니다. 게다가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하다 보니 3번을 갈아타고 가는 목적지는 순교의 확률이 더 높다는 두려움에 비행기를 갈아 탈 때마다 감사 기도를 했습니다. 페루는 인구가 3천만명 정도, 1821년 스페인에서 독립했고, 1인당 국민 소득이 $5,200, 면적은 한국의 13배 정도되는 잉카 문명의 고장입니다. 리마는 50-60도 사이의 싸늘한 날씨로 선교사님의 말씀처럼 은근히 뼈속으로 파고 드는 추위가 있었습니다. 이런 날씨다 보니 선교에서 돌아온 저희는 멀쩡한데 오히려 마중을 나온 가족과 교회 분들이 아주 심하게 그을리고 더위에 고생하신 모습이 누가 선교를 다녀 왔는지 헷갈리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사실 단기 선교에 대한 오해와 주저함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선교를 자주 가시는 분들이 말과 행동 그리고 관계속에서 다른 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경험했고 주위에서 자주 듣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과 같은 팀이 되면 어떡하지? 선교가서 오히려 시험에 들고 돌아오면 어떡하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처럼 높은 잣대와 기대치를 가지고 그 분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기도중에  울퉁불퉁한 성격으로 때론 의도치 않게 남에게 상처를 주지만 하나님의 소원을 쫓아 시간과 물질과 정성을 들여 선교에 동참하는 분들과 남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해 하며 그런 갈등이 두려워 문을 닫고있는 나….그 둘 중 하나님은 누구를 이뻐하실까? 라고 질문하게 되었고 이는 마치 미성숙한 크리스챤을 보면서 자기의 신앙 생활을 포기하는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음을 깨닫고 누구와 함께 가도 좋다는 자유함과 내가 그안에서 peace maker 역할을 보자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선교지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의료사역이 현지 사람들에게 가장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고 열매가 많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것도 하나님께서 clear하게 한 단어로 답을 주셨습니다. 선교는 “장기자랑이 아니다”.  특별한 재주가 없으면 잘하는 분들, 경험이 많은 분들의 손발이 되어 드리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주셨습니다.

“나를 드러낼 재주와 은사를 찾으려고 하니 피곤하고 자신이 없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셋째는 과연 단기 선교가 선교사님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돕는 일꾼이 아니라 “일감”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것도 첫날 사역에서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계획에 없었던 권순성 선교사님이 막 개척하신 교회에서 VBS와 의료사역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여유있는 것들을 준비해 간 그 곳은 벽만  쌓아 올려진 상태로 의료 사역을 위해 급하게 전날 밤 비닐로 천장을 가려놓은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VBS는 돌뿌리와 먼지, 그리고 소똥 냄새로 가득한 공터에서 베니어 판을 놓고 해야 했지만 함께 찬양과 게임을 했고 face painting을 하고 바람개비를 만들어 주고 슬리퍼와 찢어진 운동화를 신고도 행복해 하는 아이들과 축구를 하였습니다.  도착 전 버스에서 전해듣기로는 약 30-40명정도의 환자를 예상한다고 하였지만 그 짧은 시간에 약  200명을 치료해 주었고 100여명의 아이들이 VBS에 모여 들었습니다.

새로 개척한 교회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들을 교회로 초대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이벤트가 필요할까? 선교사님이 바쁘시고 resource가 부족하시니 그 것을 채워주는 “Bridge 역할” 그 것이 단기 선교가 아닐까?  너무 고마워하시고 기뻐하시는 권 선교사님을 보면서 단기 선교가 선교사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29명이라는 숫자가 처음에는 너무 많아 선교가 잘 안될 것 같았으나 오히려 더 풍성한 준비로 다채롭고 재밌는 사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숫자가 절대로 문제가 되지 않고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그에 따른 은혜가 있었습니다. 페루팀에는 처음으로 선교에 동참한 분들이 많아 오히려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서로를 존중하게되고 겸손할수 있었고 하나가 될수 있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생각할 때 은혜로운 선교가 될 것이고 내가 좀 안다고 할 때,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느낄 때 내 의지대로 하기쉽고 갈등을 초래하기가 매우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함께 간 팀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분들의 성숙한 믿음의 발자취를 들으면서 이런 분들에 뭍혀서 혹시 내가 “서울 교회라는 또는  서울 교회  목자라는 과대포장”속에 있지 않은가 되돌아보며 부끄럽고 동시에 큰 도전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날 저녁식사 중 제 앞에 앉아계신 전덕자 목자님의 귀 뒤로 담배도 아닌 뭔가가 있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구두 주걱이었습니다. 저는 ”요즘 남자들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 구두 주걱을 그 것도 머리에 까지 꽂으신 목자님이 의아했습니다. 하나님 사역을 위해 늘 바쁘게 열심히 사시는 의사이신 전 목자님 벡에는 화장품대신 신발 주걱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를 꾸미기 위해 옷이나 화장품 등에 돈을 쓰는것이 아깝다고 고백”하시는 데…이분이 바로 성경에서 얘기하는…제가 성경을 찾아 보았습니다…디모데 전서 2장 9절 ”이와 같이 여자들도소박하고 정숙하게 단정한 옷차림으로 몸을 꾸미시기 바랍니다. 머리를 어지럽게 꾸미거나 금붙이나 진주나 값비산 옷으로 치장하지 말고”…대신 신발주걱을 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도 여잔데..너무나 큰 감동이 되었습니다.
또한 선교 준비동안 피를 토하시기도 하고 생사를 넘나드는 어머님의 큰 수술을 기도와 눈물로 견디어 내셨던 심수진 목녀님과 심운기 집사님,  3주사이로 일어난 미국에 계신 시아버지의 돌아가심과 한국에 계신 친어머니의 연속된 돌아 가심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신 강선주 목녀님,  혈액암으로 위독하신  아버님을 놔두고 가족들을 대표해 선교에 참여한 송은하 자매님..심한 허리 통증을 앓으시면서도 50명이 넘는 인원들의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주셨던 석영이 목녀님,..본인의 갑상선 수술과 연이어 목녀님의 생각지 못한 심한 관절염으로 습기가 많은 휴스턴을 떠나는 것까지 고뇌하며 어려움을 인내하였던 유주영 목자님…저 같았으면 쉽게 포기했을 것 같은데 한분도 빠짐없이 선교에 끝까지 동참하시면서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저의 지경을 넗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생 페루에 와 보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고, 읽기도 어려웠고 꾕꽈리 소리처럼 시끄럽게만 들렸던 스페니쉬찬양이 마지막날 부흥집회 인도를 위해 거의 매일 2시간씩 차안에서 듣고 연습했더니 어느덧 6곡의 찬양이 입에서 술술 나왔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던 그곳이 이젠 지진이 났다고 하면 걱정이 되고 기도가 나오고, 제가 만난 맑은 눈망울들이 떠오르며 하루 속히 정치가 안정되고 가난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통해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살수 있기를 소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 아이들에게 선교에 대해 좋은 마음과 기대를 심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자기들도 함께 가자고 하며 기도해주고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는 스페니쉬한다고 자랑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 훈련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관심과 행동”에서 시작하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한번은 8살인 딸 해나가 보여준 기도노트에  “하나님, 아빠가  선교사가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써 놓아서 제가 깜짝 놀라 “해나야, 아빠는 선교사가 아니고 선교사님들 도와주러 가는거야”하면서 잘 설명해 주고 속으로 “얘가 이렇게 계속 기도하면 안되는데? 아빠를 자꾸 보내려고 하네?”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페루의 한 현지인이 (저는 보지 못했지만) 한국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보고 있다고 하며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인들에 대한 동경, 호감, 호기심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를 통해 하나님이 한국인들을 선교지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사용하고 계시는않나 생각했습니다.

“선교는 좀 고생을 많이 하고, 오지에 가야 선교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는 리마에서 모든 순간을 enjoy했었던 것 같습니다. 선교는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시간인 동시에 우리도 그속에서 완전히 취해 “그 시간들과 그 만남들을 즐기는 아름다운 여행”이었습니다.

저희 팀원중에 다른 교회에서 Join하신 한 자매님이 저에게 “서울 교회 선교팀들은 다 이렇습니까? 어쩌면 이렇게 organize가 잘되고 준비가 철저합니까? 라고 물으며 부러워 했습니다. 이렇게 다른 교인들에게까지 감동을 주는 선교팀의 모습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많은 팀원들이 은혜속에 하나되어 선교를 마칠수 있도록 리드해 주신 임순호 집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위의 자매님의 고백처럼 많은 교회들이 재정과 네트웍 그리고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선교에 조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믿음생활 한번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좋은 환경과 과정을 제공하는지..목장이 있고, 삶공부, 사역, 예배 그리고 선교까지…..행복한 신앙생활이 저희들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복 많이 받으세요…

페루 단기 봉사 선교: 글 할빈학원 목장, 김종진 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