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안수 소감 간증: 라몰리나 목장 최철호

By September 3, 2018e참빛

어릴 적에 곱게 색칠된 부활절 달걀 두 개를 양손에 받아들고, 조심스레 집으로 가던 일이 생각납니다. 아마 그때부터 교회라는 곳은 참 좋은 곳, 풍요로운 곳이라는 인식이 제 어린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 달걀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 날부터 하나님께서 동행해 주셨으리라 생각하니, 오늘 이렇게, 안수집사가 되는 자리에서 제 마음이 벅찬 감동과 감사함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먼저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작년 10월 중순, 이수관목사님으로 부터 집사 후보 축하 이메일을 받고, 시취식, 교인투표를 거쳐 오늘 안수식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시취식은 저에게 참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우선 시취식라는 낯선 단어가 주는 짐작할 수 없는 생소함과 난해함. 시취인지 숙취인지 어감상으로 모호하여 난처한 생각도 해보았고, 어찌 보면 무슨 중국 무술영화의 뜻모를 한자 제목 같기도 하여 결코 친근해질 수 없는 이만저만 불편한 단어가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시취란 “시험을 보아 인재를 뽑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무과를 위한 시험과정이기도 하였다고 하는데, 시취식이 마치 무슨 장원급제과정은 아니더라도 입사할 때 면접시험 보는 과정은 되겠다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신선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뿐. 시취식이라는 것이 강단에 올라가 눈부신 조명 아래 성도님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목사님들과 집사님들의 구두 질문에 바로 대답해야 하는 방식이고, 게다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예상문제도 전혀 없다 보니 무엇을 질문하는지 짐작할 수도 없고, 혹시라도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쩔쩔매게 되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시취식 3주 전 시험 준비를 위한 책 한 권을 목사님께서 선물로 주셨는데, “영적리더쉽”라는 신앙 서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내용이 보충되어 더욱 두툼해진 개정판이라 조금은 더 부담스러웠지만, 시취식날에 대한 그 염려나 두려움에는 비길 바가 못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가며 만나는 집사님들이 넌지시 건네오는 인사들이 스트레스 해소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준비 잘 되어 가십니까?”라고 점잖게 물어봐 주시던 집사님. “아직 한 번도 다 못 보셨어요. 한 세 번은 반복해서 그 책을 읽으셔야 하는데, 시간이 충분하시질 모르겠네요.” 하며 걱정까지 해주시던 집사님.

“여태껏 시취식에서 떨어진 집사 후보는 한 분도 없었습니다. ”라며 위로인지 경고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멘트로 저를 더 긴장하게 만드셨던 집사님.

“작년에 되신 분들은 다 백 점 맞았는데……. 더욱 분발하세요”라며 응원해주시던 집사님 내외분.

“번역본보다 원본이 정리하기도 쉽고 이해가 빨리 되니, 영문본을 구해서 공부해보세요”라고 조언해주시던 학구적인 집사님.

“아니 지금 이 시간에 공부 안 하시고 결혼 축하파티에 와계시면 어떻하세요?” 얼굴은 심각한데, 목소리에는 장난기 가득하던 집사님도 계셨습니다.

집사님들의 여러 가지 말씀과 팁들이 앞으로 동고동락할 식구를 맞아주기 위한 환영의 인사로 제게는 들려왔습니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관심 가져주시고 웃음으로 대해주신 집사님들의 친근함이 제 마음에 따뜻하게 다가와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특히 시취식에서 보여주신 목사님들의 배려 깊은 마음과 집사님들과의 질의응답과정을 통해, 함께 웃기도 하고 어떤 질문에서는 진지하게 소통하는 가운데, 우리 서울교회 리더들의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만 해도, 사실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려고 생각했었습니다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영적리더쉽과 관련한 주옥같은 내용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기 시작하였고, “ 리더의 준비”라는 3장에 이르러서는 제 마음에 뭔가가 쿵 하고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영적 리더쉽이란 인간 쪽에서 지원하는 자리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지명하시고 맡기실 일을 정하시며, 하나님께서 영적 리더를 손수 키우신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부담과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었던 것을 회개하며, 마음을 고쳐먹고 자세를 낮추어 다시 읽기로 결단하였습니다.

 

가볍게 책을 읽으려 했던 마음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다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순히 집사 시취식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책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려는 말씀을 기대하며 바르게 듣고 싶은 마음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시취식 준비과정이 저에게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집사로서 순종하는 첫 번째 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르고 순종하며, 주님의 몸 되신 교회를 세우는 일에 있어서 선임 집사님들을 따라, 보고 배운 대로 겸손하게 실천하며 살기를 소원합니다.

라몰리나/최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