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삶 간증: 알마티 목장 사호석

By July 23, 2018e참빛

저를 자녀 삼아주시고 주님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종합병원 의사로 근무하다가 7개월 전 휴스턴에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연수를 왔습니다. 목장에서 VIP로 지극한 섬김을 받던 중 생명의 삶을 수강하게 되었고, 생명의 삶을 들었던 지난 12주는 제가 가지고 있던 신앙과 교회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하나님을 좀 더 이해하고, 또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에 대한 확신을 하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삶공부를 통해 하나님을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과 크리스천으로서 이웃을 어떤 마음으로 섬겨야 하는지에 대해 느끼고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을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나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고백하는 일은, 신앙이 없이 살아온 제게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삶공부를 통해 내가 인생의 주인이고 내가 곧 법이라는 마음이 얼마나 교만하고 죄가 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원하던 곳에서 의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제 주변에는 비록 시청률은 0이지만 각자 인생 드라마의 주연으로 열연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선배 교수님들과 어울려 노래방에라도 가면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 중 한 분이 일어나셔서 Frank Sinatra의 ‘My way’를 부르시거나 약간 덜 지긋하신 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를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그 노래를 듣는 다른 선생님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15도씩 들어서 각자 걸어온 화려한 인생을 묵상하고는 합니다. 물론 그분들이 자기 인생에서 피땀 흘려 일구어온 노력을 부정하거나 왜곡할 마음은 없습니다. 저 또한 교수가 되고 지난 7년간 평일이면 거의 날마다 병원에서 14시간~15시간씩 일하고 연구해왔는데, 그 마음 한가운데는 나도 언젠가 주변의 존경과 높임을 받고 내 인생을 성공되게 만들겠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이력서를 쓰면서 저 자신을 잘 포장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간 해온 연구, 논문, 상, 강의 등등 영혼까지 긁어서 써 보았지만, 정리가 끝난 이력서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만족감과 자부심이 아니라, 부끄러움과 허무함이었습니다. 내가 고작 이런 성공을 위해 그 많은 좋은 것들을 희생해왔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너는 풍족하여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다고 하지만, 실상 너는, 네가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난하고 눈이 멀고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한다. (요한계시록 3:17)’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내가 성공시키겠다는 교만한 마음이 나중에 어떤 결말을 맞을 수 있는지는 여러분도 익히 잘 아실 겁니다. 자기의 성공신화에 도취하여 주변을 이용하고 거짓말을 하고 또는 작은 시련이라도 닥치면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아니면 그런 눈에 드러나는 파국까지는 아니어도 겉으로는 겸손해하면서도 속으로는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열등감을 놓지 못하는 이중성에 평생 괴로워하는 삶. 저는 생명의 삶 공부를 통해서

내 인생의 주인이 하나님이 되셔야 하는 것은 그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이고, 나는 그저 하늘의 비밀을 맡은 관리인 역할만 신실하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서 마음의 자유를 느꼈습니다.

테레사 수녀님이 “하나님께서는 나를 성공하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순종하라고 부르셨다.”라고 하셨다는 목사님 말씀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곳에서 암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예전 같으면 이 논문을 어떻게 하면 유명 저널에 실을까 통계분석을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까 고민했을 텐데 이제 그런 고민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암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사람들이 건강해진 눈과 몸으로 하나님을 좀 더 자유롭게 찬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소망에 좀 더 집중하고, 내가 성실하게 연구하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또 제가 귀국하여 다시 환자들을 돌보게 될 때는 저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도구로 사용하시는 주님의 뜻에 맞게 헌신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곳 휴스턴에 와서 하나님의 개입하심으로 아내와 아이와의 관계를 많이 회복했습니다. 저는 안과 의사고 제 아내는 치과 의사인데, 저는 신혼 초 우스갯소리로 우리 집 가훈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 말이 그대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별다른 외부의 시련이 없는 순탄한 결혼 생활이었지만,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결혼 생활의 주인이 되고자 서로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결혼 생활이 5년, 10년이 되면서 ‘적’의 성향을 너무 잘 알게 된 탓에 다투는 일은 별로 없어졌지만, 늘 무언가 미안한 가운데서도 섭섭한 마음이 들고는 했습니다. 이번에 아내와 생명의 삶을 함께 수강하고 하나님이 주인이 되시는 생활을 같이 꿈꾸면서 서로 믿음의 동지로서 어느 때보다 행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금요일 저녁마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목장 나눔이 있다는 것과 제 아내가 ‘Too much talking’의 은사를 받아 ‘Too much’ 진솔한 나눔의 선봉에 있다는 점이 제 인생에 건강한 CCTV 역할을 해주고 있음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생명의 삶 공부를 통해 주변의 이웃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섬겨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내 주변의 이웃들도 누구나 하나님의 소중한 자녀이고 하나님께서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주님의 눈동자처럼 지켜주신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주님의 눈동자처럼 지켜주시고 사랑하신다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실제 눈동자와 그 홍채를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한 굴곡과 제각기 다른 색깔, 그리고 시시각각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주님 눈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도 제각기 다를 것이지만, 마치 눈동자와 홍채로 사람을 식별할 수 있듯이 하나님께서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구별하여 알아보시고 우리에게서 눈을 못 떼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나님의 이러한 사랑에 대해 모를 때, 저는 비록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편이었지만, 되돌아보면 그것은 적극적인 섬김이었다기 보다 나의 평판을 유지하고 내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고백합니다.

환자들을 측은지심으로 돌보고자 하였지만 제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서 스스로 불쌍하게 느껴질 때는 남을 불쌍하게 여길 여력도 이유도 잃고는 하였습니다. 저는 제 가족들을 저라는 사람의 연장선으로 여겼고, 사회적인 책임이나 약속에 대해 자신을 희생하는데 이미 익숙해져 있었던 까닭에 가족들의 그런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나가서는 엄청나게 잘하면서 집에 오면 안 그렇다고, 오죽하면 아내가 제발 자기와 애들을 남이라고 생각해달라는 농담을 자주 했을까요? 하지만 삶공부를 통해 제가 하나님께서 그처럼 사랑하시는 다른 이웃의 인생에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과 나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에 하나님의 성공을 위해 주변을 섬겨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제가 교회 나온 지 3주째에 평신도 세미나에서 사역을 한다고 집을 비운 적이 있습니다. 아내는 VIP답지 않은 오지라‘핑’이라며 놀렸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날 큰 아이가 이마를 크게 부딪혀서 혈종이 생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한 혹처럼 흉을 남겼습니다. 5개월 전부터 저는 매일 아침 아이의 이마를 마사지해주고 있습니다. 힘든 시련 있으신 분들께서는 참 팔자 좋은 고민이다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이가 다치던 그 시간에 같이 있어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아이의 흉이 깨끗이 없어지는 것이 제 큰 기도 제목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의사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보면 이마의 혹이 확연히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제 시간적으로도 더는 마사지가 큰 의미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마사지를 하면서 제 눈에 아이의 혹이 아니라,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받길 원하는 아이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의 하나님께서 제게 그 마음을 만져주라고 하시는 한 저는 계속 아이의 이마를 만져줄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답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응답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교회에서 생명의 삶공부를 하면서 특히 좋았던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을 목장 식구들과의 교제를 통해 확인하고 또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휴스턴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자동차 고장으로 1~2주간 차를 못 쓰는 상황이 있었는데, 선뜻 자기 차를 내어 주셨던 목자님을 보고 그때는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오랜 시간 목양을 통해 단련된 크리스천의 모습이었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알마티 목장의 특징은 서로에게 너무 질척거린다고 놀림 받을 만큼 나눔에 열정적이고 한번 앉으면 도무지 일어날 생각들을 안 하는 무거운 마음의 ‘방뎅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눔을 통해 내 안의 근심이 아니라 하나님께 다시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목장 식구들께 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밤늦은 시간에도 언제나 열정적으로 생명의 삶을 이끌어주신 이수관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삶공부하는 많은 분이 저처럼 예수님을 모르던 사람들이었는데, 여러 가지 비유와 예를 들어 말씀을 잘 이해하게 해주시는 목사님 모습에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성도들을 위하는 그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목사님 생신 때 케이크도 수강생들에게 나눠주시고, 또 강의 마지막 날 직접 만드신 정성스러운 도시락으로 저희를 섬겨주셨던 이은주 사모님께서, 이 생명의 삶이 이수관 목사님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삶공부라고 말씀하신 것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수업 중간중간 들려주신 목사님 삶의 간증들이 하나님과의 즐거운 동행을 시작하는 저희 형제 자매들에게 큰 격려와 위로가 될 것입니다

알마티/사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