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간증 : 어려운 가운데도 천국의 소망을 품은 사람들

By January 6, 2018e참빛

벧엘 목장 이경희입니다. 부족함 없이 너무도 풍족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는 달리,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과 가난, 그저 자유를 얻기 위해 힘들고 위험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마음 한곳이 늘 불편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가운데 선교잔치에서 독일 난민선교라는 글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더구나 손꼽아 기다리던 아들과 같이 갈 수 있는 선교라는 것에 이런 날이 드디어 왔구나 하며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인 사정으로 인해  조인했던 유스아이들은 다 drop하고 저희 아들만 남아 괜히 같이 가는 팀분들께 폐나 끼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같이 가는 기쁨조차 잊은 체 준비 모임 때마다 제 모든 신경과 시선은 온통 아들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거슬릴 때마다 지적하고 집에 가는 차 속에서 이래라저래라 잔소리가 늘어갔습니다. 이젠 하다 하다 떠나는 당일 새벽까지 떠날 준비를 하면서 또 아들과 싸우고 야단치고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아들과 처음 가는 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다 내려놓고 주님만 바라보며 가도 영적 방해와 공격이 있는데 내 마음과 시선은 주님이 아닌 아들에게 있었음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아들 또한 첫선교가 엄마로 인해 하나님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 되기보단 부담으로 다가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내려놓고 주위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10시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독일. 오랜 역사와 너무 이쁜 건물들과 성당들. 영화 속에서나 보아왔던, 자유롭게 푸른 잔디 밭에 누워 햇볕을 쬐는 연인들… 하지만 그 찬란한 모습 뒤에 보이는 공허함을 보았습니다. 웅장한 예배당 안에서는 그저 엄숙과 고요함만 남은 텅 빈 교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유럽에 있는 교회는 점점 젊은 세대가 없어진다는 말이 실감이 되며 성경 구절 신명기 6장 7절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치십시오’ 라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그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교회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가 없기에 교회가 그저 멋있고 웅장한 건물로만 남아 있는 유럽 교회의 현주소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이쁜 유럽풍경을 뒤로하고 도착한 페르시아 교회의 분위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페르시아교회는 모두가 난민들이며 작은 카페를 빌려서 예배 드리는 교회였습니다. 십자가 하나 달려있지 않은 좁고 작은 교회지만 한분 한분이 산증인이요 복음으로 인해 삶이 변화된 주님의 귀한 자녀임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독일 난민선교는 저에게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었습니다. 페르시아 교인들과는 달리 다음날 만난 무슬림 난민분들은 잘 웃지도 않고 사진 찍는 걸 너무도 싫어하고 경직되어 있고 경계하고 있음이 눈에 보였습니다. 가족사진을 찍어준다는 이야기하고 접근을 해도 선뜻 찍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머리를 자르는 일도, 마사지를 받는 일도, 절대 남자 앞에선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작은 자유하나 누리지 못하는 그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도 뒤늦게서야 크래프트와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경직됐던 얼굴들이 풀어져 갔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유와 기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난민자들과 이민자들의 삶이 참 많이도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방인으로서 낯설고 외로운 이국 땅에서 외국의 법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이민자들. 다른 것이 있다면 이민자는 나를 위한 성공과 나를 위한 자유를 위해 욕망을 위해 내 나라를 두고 외국에 가는 것이고 난민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나의 성공과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내 나라 내 땅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난민선교는 우리 이민자들이 그들을 더 잘 위로할 수 있고 공감하며 보듬어 줄 수 있는 선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독일선교는 작은 거인 같습니다. 제가 만난 난민 한분 한분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내 목숨이 위험함에도, 번듯한 교회건물 하나 없어도, 천막에서 주님을 찬양하고 복음을 전하는 그들의 용기와 담대함이 저를 너무도 작게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가정교회를 하고 목장을 하면서 입버릇처럼 한 말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 는 말이 실감 나게 하는 선교였습니다. 벽돌 하나 얹고 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인내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메마르고 외롭고 슬프지만 우리들의 본향은 아프간도, 파키스탄도, 이란도 아닌 나의 집 저 천국이 있음에 독일에서의 난민분들의 삶이 고달프지 않도록 한 영혼이 또 주님께 돌아오는 그 모습을 함께 보기 위해 중보기도를 해야겠다

생각하며 선교지를 떠난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큐티시간 개인 간증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간증을 들으시고 선교사님께서 한 노래가사가 딱 우리의 삶을 말하는 것 같다며 주신 노래가 저에게 참 많은 위로를 주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이번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데 이 가사가 많은 성도님들께 위로가 되길 바라며 간증을 마치겠습니다.

우리는 때론 축복을 받기 위해, 때론 평화를 위해, 가족의 평안을 위해, 또 우리가 자는 동안 지켜달라고 기도하지요. 우리는 치료해 달라고, 부유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우리의 고통을 없애달라고 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하지요. 언제나 하나님은 모든 우리의 필요를 들으시지요. 그러나 때론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사소한 것들을 들어 주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러나 만약 하나님의 축복이 빗방울을 통해 내려진다면 하나님의 치료가 우리의 고통스러운 눈물을 통해 오는 것이라면, 잠 못 이루는 고통스러운 밤이, 하나님의 곁에 있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라면 어쩌면 인생의 시험 그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의 다른 모습일 수 있겠네요.

우리는 지혜를 위해 기도하고,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도해요. 하나님이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 우리는 화가 나서 울지요. 때로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죠.

하나님의 약속의 말이 충분하지 않을 것처럼요. 그 동안에도, 하나님은 모든 절박한 간구를 들으시죠. 그리고 우리가 믿음을 가지기를 기다리시지요.

친구들이 나를 등지고, 어둠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 고통이 우리를 일깨워주지요.

이곳은 우리의 영원한 집이 아니라고 만약 우리의 큰 실망과 인생의 아픔이 이 세상에서 만족할 수 없는 큰 갈증을 불러일으킨다면 그리고 인생의 시험들이, 비바람이, 폭풍우가, 그리고 가장 힘든 밤들이 어쩌면 하나님의 은혜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벧엘 / 이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