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임명 소감을 준비하면서, 캐나다에서 살 때 가깝게 지냈던 친구의 한 마디가 생각났습니다. ‘휴스턴에 가면, 서울 교회라고 있는데, 그 교회가 좀 특별나다’고 말이죠. 서울 교회를 가보라고 권유를 하는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잘 몰랐지만, 휴스턴에 도착하자마자, 목장 식구들에 둘러싸여, 다른 곳엔 눈을 돌릴 틈이 없었으니,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목장과 교회를 통한 저의 삶과 주님의 인도하심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믿지 않는 가정의 2남 2녀중 셋째로 태어나, 교회라곤 아주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갔다가 연필 한 자루 받아 온 기억 이외에는, 교회를 다녀본 적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평범한 학교생활과 직장 생활, 그리고 결혼을 하여 세 아이를 가진 가정을 이루게 되었고, 밀레니엄을 몇 달 앞둔 1999년,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 보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캐나다에 정착하게 되었고, 2011년에 휴스턴으로 근무지를 따라오게 되었고, 오늘 여러분 앞에서 목자 서약과 소감을 나누게 되었으니, 제게는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뒤돌아보면 섬세하신 하나님은 오랜 시간 동안 계획하신 대로 저를 인도 하셨고, 제가 변화될 때까지 기다려 주신 것은 물론, 구원받고 제자 되게 하셨는데, 그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88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저는 휴스턴에 본사가 있는 미국계 한국 회사에 엔지니어로 일을 하면서, 몇 개월의 연수차, 휴스턴을 방문했습니다. 처음 미국에 오니,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총각에 혈기 왕성했던 저는 그야말로 아쉬운 게 별로 없이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생활하던 중, 교회에 다니신다는 두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믿음에 관심이나 필요도 느끼지 못하던 저는, 찾아와 주신 성의에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분들은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분은 도대체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기도를 하시고, 다른 한 분은 그걸 제게 해석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어색한 시간이 흘러갔는데, 그중 기억나는 것은, 제가 언젠가는 휴스턴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고, 하나님을 믿는 자녀가 될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물론 그 말에 별 관심이 없었고,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는, 연수 후 한국으로 돌아와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던 중, 갑자기 작은 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옮기고 나서 석 달 후, 늦게까지 일을 한 후 저녁 식사 및 이어지는 술자리가 끝나고 같이 동석했던 여직원을 늦은 시간에 집에 바래다주면서, 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여직원을 집 근처 전봇대 뒤에 세워놓고, 앞뒤 생각 없이 그냥 결혼하자고, 구혼했습니다. 저야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 여직원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데이트 신청도 아니고, 그냥 결혼을 하자고 하니 말입니다. 그 후 그 여직원은 지금까지 26년 동안 저를 위해서 중보 기도를 하는 아내가 되었습니다. 우연일까요? 그 당시, 늦게까지 근무를 하다가 저녁 자리를 만들었던 직장 선배는 저보다 1년 먼저 캐나다로 와서, 저를 교회로 인도하였고, 이를 통하여 2000년에 예수 영접과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저를 목장과 서울 교회로 인도하여 주신 목자님과의 만남입니다. 캐나다에서 석유, 가스업계 일을 하였던 저는, 당시 캘거리에서 일하고 계신 목자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이 먼저 휴스턴으로 오시면서 목자가 되셨고, 제가 휴스턴으로 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목장과 서울 교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영접과 세례는 받았었지만, 무늬만 크리스천이었던 저를 변화시켜 주셨으며, 서울 교회를 통하여 새로이 예수님을 다시 영접하게 하시고 침례 받게 하셨습니다. 이러게 각각의 상황과 세월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섬세하고 세밀하게 저를 위한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고 계셨으며, 지금 이 자리도 인도하심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를 어떤 방향으로 인도하실지 잘 모르지만, 과거에는 제가 인지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어느 정도 그 과정 하나하나를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순종하면서 나아가고자 합니다.
현재 저의 믿음의 깊이는, 아직 ‘믿음은 결단이다’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믿음을 부정할 만한 근거나 논리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방향은 바로 잡힌 듯합니다. 이런 가운데,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여 더 늦기 전에 연로하신 아버지, 어머니를 구원코자 하였으나, 휴스턴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급한 마음에 두 분께 예수 영접을 권했습니다. 언젠가는 두 분이 하늘나라에 가시고, 그리고 제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다시 만날 방법이 있다고 말문을 여니, 그렇기만 하면 오죽 좋겠냐고 하시며 반신반의하셨습니다. 그래서 4영리를 설명해 드렸고, 밑져야 본전 아니냐고, 강권하였더니, 영접하시겠다 하시며, 제 기도를 따라 하면서, 예수님을 영접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제 주변의 가족들을 조금씩 변하게 하셨는데, 지난 6월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여 온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뜻밖에도 식사 기도를 해달라고 형님이 요청했습니다. 아무도 교회를 다니지 않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그 자리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저희 집안에 주시는 은혜에 감사를 드리며, 온 가족의 구원을 간구하게 하셨습니다. 기도 후 아멘으로 화답하며 변화되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저를 조금씩 변화시켜 주시더니, 이제 저희 가족을 변화시켜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제게 주어진 믿음과 은사의 분량대로 주님의 능력 안에서 순종을 다짐해 봅니다.
끝으로, 많은 사랑과 섬김으로 인도하여 주신 목자, 목녀님, 초원 집사님과 목녀님, 그리고, 부족한 저희에게 섬김의 본을 보여 주시는 믿음의 선배들이신 목장 형제님, 자매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하늘 복 많이 받으세요.
박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