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간증: 나를 인도하고 계시는 하나님.

By August 7, 2017e참빛

사실 이번 선교를 다녀와서 목자님으로부터 간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첫째는, 저보다 많은 은혜를 받은 싱글 형제, 자매들이 있는데 제가 그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미안했고, 둘째는 2년 6개월 전 박사 후 연수를 위해 미국에 와서 신앙이 있는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신앙 경험이 전혀 없는 제가 목자의 남편이 되어, 한국을 떠나 올 때 전혀 예상치 않은 삶을 사는, 그런 저를 향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짧은 간증문으로 담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는 항상 단기선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제 안에 어떤 갈급함도 있었겠지만, 재작년, 작년 북미 원주민선교를 다녀온 형제, 자매들이 이상하게도 선교만 다녀오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되어서 돌아오는 모습이 제 눈에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태도, 그들의 평온해진 표정에서 간접적으로나마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었기에 그곳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무언가의 정체를 알고 싶어 선교를 다녀오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통일되게 “좋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뭐가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말도 안 해 주고 “직접 가보셔야 한다”라는 답답한 답변만 돌아오더군요. 아내한테도 몇 번 물어도 봤지만 이미 선교 다녀온 지 8년이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거 같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내와 함께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선교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선교를 다녀온 후 비로소 저는 그 무언가의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좋았다”, “직접 가보셔야 한다”라는 막연한 대답밖에 할 수 없었던 그 이유도 알게 됐습니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그동안 그토록 간절히 경험해보고 싶었던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그 은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나타나셔서 그 역사하심을 증명하시지는 않았지만 같이 간 50명의 형제, 자매, 목자, 목녀님들 그리고 나바호 원주민들을 통해서 하나님은 그 존재를 보여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실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과 환경을 통해 역사하시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의 하루는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빡빡한 스케줄로 시작이 됐습니다. 온전히 하루를 예배로 시작해서 온종일 선교활동을 한 후 다시 예배로 끝내다 보니 좀 더 하나님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침 예배시간에 이유 없이 주르륵 흐르는 눈물은 그동안의 죄를 씻어줌과 동시에 성령님이 제 마음속에 자리 잡으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아침 예배 후 1시간 가량  5명씩 10개 조가 함께하는 QT 시간은 제게 큰 은혜가 됐습니다. 특히나 이번 선교에서 저에게 QT를 인도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져 많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형제, 자매들의 진솔한 쉐어링를 통해 그들을 더욱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진솔한 쉐어링만으로도 충분히 은혜의 시간이 될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 아침을 먹고 선교센터에서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선교지로 이동한 후 본격적인 선교활동이 시작됐습니다. VBS를 위해 아이들을 픽업하러 여러 가정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선교 첫날 만났던 10살, 7살, 2살 3남매가 특별히 생각이 많이 납니다. 매일 집 앞 흙바닥에서 온종일 맨발로 노는 이 3남매는 저희를 처음 본 날 무척이나 불안한 눈빛으로 경계하며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교회에서 VBS가 있는 데 가지 않겠냐고 물으니 모두 집 안으로 몸을 숨기기 바빴습니다. 잠시 후 그들의 엄마가 문을 열고 나와서 재차 가겠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아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교회에 내려주고  3~4차례 그 집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결국, 10살짜리 큰 오빠가 간다고 하니 2살짜리 기저귀도 때지 않은 여자아이가 따라나서고, 그 모습을 본 7살짜리 작은 오빠도 마지못해 따라나섰습니다. 2살짜리 여자아이는 얼굴에 땟물이 줄줄 흐르고 엄마가 머리를 얼마 동안이나 감기지 않은 것인지 머리가 엉겨 붙어있었지만 처음과는 달리 저를 보면 방긋방긋 웃으며 달려와 안기는 모습에 그만 저도 무장해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번은 안았을 때 순간 시큼한 냄새가 나서 효진 목녀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편안하게 눕혀서 기저귀도 잘 갈아주셨습니다. 다음 날 부터는  저희를 경계하던 그 녀석들은 아침에 미리 나와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희는 한 명의 어린 영혼이라도 놓치지 않고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했고,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은 저를 자기들 동족으로 생각하는지 무척이나 저를 잘 따랐습니다. 실제로 나바호족들에게 나바호족이 아니냐고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일과를 모두 마치고, 다시 선교센터로 돌아오면 거의 11시가 다 되어갑니다. 하지만 저희는 도착 후 바로 예배당으로 가서 다시 예배를 드렸습니다. 피곤할 텐데 어찌나 모두 찬양을 쩌렁쩌렁하게 부르는지 하나님의 은혜가 예배당 안에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번 선교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도 새삼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찌 보면 저는 이미 오래전에 하나님의 큰 은혜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에 와서 신앙이 있는 아내와 결혼해서 신앙의 첫발을 내디디고,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당당히 제 이름으로 논문도 발표하고 공부도 잘 마쳤습니다. 지금은 제가 해왔던 전공 분야가 아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좋은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며,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 관계상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여정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번 선교를 통해 확실히 느낀 것은 하나님은 분명히 저를 인도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목자인 아내,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가족, 장모님, 우리 일본 고베 목장 식구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평소 저희 목장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초원 지기 목자님, 목녀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간증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선교지에서 느낀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운전을 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신기하게도 하나님은 제가 오래전 핸드폰에 무심코 저장해 놓고 한 번도 듣지 않은 찬양곡을 때마침 들려주셨습니다. 이 찬양곡을 듣는 순간 선교를 다녀와서 느낀 감정이 가사에 고스란히 잘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찬양곡의 가사를 읽어 드리고 저의 간증을 마칩니다.

난 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받고 갑니다.

눈물 닦아주러 왔을 뿐인데

내 눈물만 흘리고 갑니다.

 

씻어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씻겨졌습니다.

고쳐주려고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치료되어 갑니다.

 

전하러 왔는데

이미 이곳에 계신 예수를 보고 갑니다.

꿈을 가지고 와

꿈을 보고 돌아갑니다.

 

난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다함으로 주님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러 왔는데 더 큰 사랑을 받고 돌아갑니다.

 

죽은 영혼 살리러 와 내가 살아서 갑니다.

난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더 주를 사랑하지 못함이 미안합니다.

일본고베 / 김광찬